작가의문장4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심장이다. 심장은 언제나 제 주인만을 위해 뛰고, 계속 뛰기 위해서만 뛴다. 타인의 몸속에서 뛸 수 없고 타인의 슬픔 때문에 멈추지도 않는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서라면 인간은 자신이 자신에게 한계다. 그러나 이 한계를 인정하되 긍정하지는 못하겠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슬퍼할 줄 아는 생명이기도 하니까. 한계를 슬퍼하면서, 그 슬픔의 힘으로, 타인의 슬픔을 향해 가려고 노력하니까. 그럴 때 인간은 심장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슬픔을 공부하는 심장이다. 아마도 나는 네가 될 수 없겠지만, 그러나 시도해도 실패할 그 일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나. 이기적이기도 싫고 그렇다고 위선적이기도 싫지만, 자주 둘 다가 되고 마는.. 2023. 9. 1. 우리를 샷건과 아버지들의 자살로부터 구원해주소서 우리를 샷건과 아버지들의 자살로부터 구원해주소서 - 존 베리먼 중 우울한 영혼과 복잡한 영혼은 서로 끌린다는 사실과 그 끝이 대부분 비극일 거라는 믿음. 위의 구절은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출연한 올리브 키터리지 시리즈 중 2화에서 케빈과 오케이시 선생의 에피소드에 나오는 존 베리먼 시의 일부이다. 4편이 전부인 이 드라마를 마치자마자 알라딘을 켜고 2권의 올리브 시리즈 리커버 특별판을 주문했다. 심지어 오만과 편견 초판본 커버의 발매트를 함께 주문했는데 아무런 계획이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 굿즈를 끼워파는 알라딘의 기술이란. 책을 다 읽고나면 고약하고 이기적이고 독설을 내뱉고 절대 사과라는 걸 하지 않지만 돌아서서 오랜 시선을 보낼 줄은 아는 이 노년의 여성을 사랑하게 될런지 궁금하다. 2023. 3. 18. 그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누구의 잠도 되지 않겠다는 갈망이여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누구의 잠도 되지 않겠다는 갈망이여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Rose, oh reiner Widerspruch, Lust, niemandes Schlaf zu sein unter soviel Lidern 2023. 3. 14. 절대 잊지 말라 저녁이 따스하게 감싸 주지 않는 힘겹고, 뜨겁기만 한 낮은 없다. 무자비하고 사납고 소란스러웠던 날도 어머니 같은 밤이 감싸 안아 주리라. 오 가슴이여, 그대 스스로를 위로하라. 그리움을 견디기 어려워도 어머니처럼 부드럽게 너를 감싸 줄 밤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으리니. 쉴 새 없이 헤매던 방랑객에게 그것은 침대요, 관이 되리라. 낯선 손길이 마련해 준 그 안에서 그대는 마침내 쉬게 되리니. 흥분한 가슴이여 잊지 말라. 그 어떤 기쁨도 진정으로 사랑하라. 영원한 안식을 취하기 전에 아픈 통증까지도 사랑하라. 저녁이 따스하게 감싸 주지 않는 힘겹고, 뜨겁기만 한 낮은 없다. 무자비하고 사납고 소란스러웠던 날도 어머니 같은 밤이 감싸 안아 주리라. 헤르만 헤세 《삶을 견디는 기쁨》 중 2023. 3.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