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2 돌이킬 수 없을까봐 두려워서 그 누구에게도 솔직해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돌이킬 수 없을까봐 두려워서 그 누구에게도 솔직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돈을 주고서 안전하게 솔직해지는 경험을 사는데, 그 대상이 불법이거나 음험한 영역이 아니라 정신과 전문의 혹은 심리치료사 같은 근사한 영역이라는 것에 위안과 안도감을 얻으면서 말이다. 나는 솔직해지는 걸 아주 불편해하는 사람이었는데, 유일하게 솔직해질 수 있는 순간이 글을 쓸 때였다. 글을 쓰다가 아주 솔직해지는 나 자신을 마주하면 늘어지듯 편안해지면서 아주 천진하면서도 티가 없는 주인공이 된 것 같아 기분이 꽤 괜찮았다. 어째서 솔직함이 고통인 인간이 그토록 즐겁기만 했다는 건지 돌이켜 보면, 실은 어느 순간인가부터 솔직해지는 척, 모두 앞에서 완전히 무너질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인 척 연기하면서 여전히 가장 내밀하고 상스.. 2023. 2. 26. 그럴 수밖에 없는 일도 있다. 어제와 오늘이 비슷해서 구별이 잘 안되기 시작했다. 매일 일어난 날짜와 잠든 날짜, 뭘 먹었는지와 언제 먹었는지, 커피를 마셨는지 과일을 먹었는지를 적었다. 어느 날은 새벽에 잠들었고 어느 날은 저녁 7시쯤 잠이 들었고, 어느 날은 4시간쯤 잤고 어느 날은 12시간을 넘게 자서 오늘에 기록해야 하는지 어제에 기록해야 하는지 구분하기 애매한 날이 생겼다. 어느 날은 한 끼를 먹었고 어느 날은 새벽에 먹자마자 잠이 들어서 눈 뜨고 한참이 지나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내 하루는 아주 주관적으로 나를 기준으로만 흘렀다. 내 일상에는 타인이 거의 없어서 내 멋대로 흘러가는 하루가 누군가를 딱히 곤란하게 하지도, 외롭게 하지도 않았다. 나를 좋아하는 강아지만이 어느 날은 나와 가끔 함께하고 어느 날은 종종 함께하곤.. 2023. 2.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