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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지겨운 슬픔에게
이야기

돌이킬 수 없을까봐 두려워서 그 누구에게도 솔직해지지 않는다.

by Moody Person 2023. 2. 26.

Alexander Zalokar
사람들은 돌이킬 수 없을까봐 두려워서 그 누구에게도 솔직해지지 않는다.
Photo by Alexander Zalokar

 

사람들은 돌이킬 수 없을까봐 두려워서 그 누구에게도 솔직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돈을 주고서 안전하게 솔직해지는 경험을 사는데, 그 대상이 불법이거나 음험한 영역이 아니라 정신과 전문의 혹은 심리치료사 같은 근사한 영역이라는 것에 위안과 안도감을 얻으면서 말이다.
나는 솔직해지는 걸 아주 불편해하는 사람이었는데, 유일하게 솔직해질 수 있는 순간이 글을 쓸 때였다.
글을 쓰다가 아주 솔직해지는 나 자신을 마주하면 늘어지듯 편안해지면서 아주 천진하면서도 티가 없는 주인공이 된 것 같아 기분이 꽤 괜찮았다.
어째서 솔직함이 고통인 인간이 그토록 즐겁기만 했다는 건지 돌이켜 보면, 실은 어느 순간인가부터 솔직해지는 척, 모두 앞에서 완전히 무너질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인 척 연기하면서 여전히 가장 내밀하고 상스럽고 추잡한 것들은 뒤로 잘 숨겨두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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